도서명:규장각각신들의나날2지은이:정은궐펴낸이:박대일편집:임수진교정:박준용마케팅:송재진디자인:김은희(표지),신동우(본문)펴낸곳:파란미디어출판년도:초판1쇄인쇄2009년7월20일/초판1쇄발행2009년7월25일봉사자:이정은<목차>제6신.모모부인제7신.청벽서제8신.추문제9신.홍점화제10신.승천제6신.모모부인1윤희의눈앞에서개봉되지도않은봉투가갈기갈기찢어졌다.이로써세번째사임원서가똑같은모양으로끝을맺었다.“가보게.앞으로또가져올것이라면내방을넘지말도록!”윤희는인욱에게인사를한뒤뒷걸음으로물러났다.“반드시사임하겠다는열의도없는원서는왜자꾸가져오는가?”느닷없는인욱의덧붙임이문지방을넘으려던그녀의발목을잡았다.“사임하겠다는열의가없으면세번에걸쳐원서를가지고오지않습니다.”분명한어조의대답이었지만가슴한쪽에서미묘한움직임이이는것은외면할수없었다.인욱이책상에어질러진종이쪼가리를뭉쳐버리면서말하였다.“그다지길지않은기간이지만,내가봐온자네라면받아들여지지않는사임원서에매달리느니다른수를썼을거라생각하네만.자네는자네가생각하는것보다훨씬영민한사내거든.외모와어울리지않게4인방중에서최고의야심가이기도하고아닌척하는것이가증스러울정도로.”윤희는마치벌거벗겨진듯한수치심으로꼼짝하지않고서있었다.그의말과겹쳐지는또다른목소리가들렸기때문이기도하였다.가족에대한책임이나그에대한사랑보다는벼슬자리에더욕심이있는사람이라던목소리였다.“오늘소대는자네가들어가야하지않는가?어서가보게.”“아,예.송구합니다.”아무런말도하지못하고방을나왔다.인욱은멀어져가는윤희에게서독기어린눈을떼지않았다.이제는여름이라따로문을닫을필요가없었다.그래서청을사이에두고마주하고있는당하관방에도두사람의다툼이보일수밖에없었다.윤희는제자리로돌아와책과필기구를챙겨달아나듯이문원을나갔다.어느누구와도눈을마주치지않았다.선준과도눈빛을나누지못하였다.윤희가소대에참석하러가고난뒤,그녀의눈치를살피느라쥐죽은듯이있던용하가숨소리를삼키면서말하였다.“이번이세번째였다니.허허,옆에서그런고민하는줄도모르면서벗이라떠들었단말인가.요입이창피하군.”“정힘들면닷새가량급가라도신청하든지사임원서는씨알도안먹힐소리고.”“급가는쉬운가?사유에해당하지않으면턱도없는일일세.가능하였다면내가먼저신청하고도남았네.”재신과용하는주거니받거니하면서선준의눈치를살폈다.그는입을다물고일에열중하고있었다.열중하는척하는것이아니라서류하나씩넘어가는속도를보면진짜일하는모양이었다.“가랑,넌이판국에일이손에잡히냐?”“네?아,방금뭐라고하셨습니까?”“일이손에잡히느냐고!대물이사임하겠다잖아!”“어차피사임은힘듭니다.그러니어쩔도리가없지않습니까?”그는안부인사보다더무덤덤하게말하고다시서류속으로눈을빠뜨렸다.참알기힘든인간이다.재신과용하는둘이서알아서하겠지하는심정으로서류를잡았다.윤희는이문원을벗어나자마자시뻘겋게달아오른얼굴을드러냈다.여자주제에얼토당토않은욕심을가진자신이싫어서견딜수가없었다.하지만이내그녀의고개가세차게저어졌다.자신이싫은게아니었다.자신이여자인것이싫은건더더욱아니었다.여자는이관복을입을수없다는사실이싫은것뿐이었다.그렇게머리복잡한상황에서도윤희의다리는숙장문을넘었다.담이둘러진빈청이보였다.그곳이북적이고있는것으로보아의정부대신들도소대에들어가는듯하였다.그렇다는건정무도함께든다는말이다.머릿속의각종잡다한것들이긴장하나에맥도못추고쫓겨나갔다.어차피선정전에서만날수밖에없는데도,그녀는꿩머리감추듯승정원안으로도망쳤다.“오!규장각의그명필이시구먼.”자신을향해날아오는말에놀라윤희는걸음을멈추었다.승정원마루에편하게앉아있던당상관의말이었다.그녀는누구인지를떠올리기에앞서우선허리를숙여인사부터하였다.그리고열심히머리를굴렸다.안면이전혀없는사람이었다.“난춘추관에있다네.승문원의황판교께자네이야기는귀에딱지가앉을정도로들었지.필체도필체지만그빠르기가귀신과도같다고?”아이고!그렇잖아도훗날윤식과바꿀때를대비하여...